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것은 이제는 그리 색다른 일이 아니다. 어릴 적 클래식 정규 교육을 받은 후 재즈의 세계로 인도된 연주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클래식을 자연스레 재즈로 연주하는 경우가 참 많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중에 정말 클래식을 고려하면서 재즈를 살려낸 연주는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보통의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듯 유명 클래식 곡의 주 선율을 스윙 리듬 위에 연주하고 즉흥 솔로 연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존 루이스의 경우는 달랐다. 이미 모던 재즈 쿼텟 시절부터 클래식적인 감각을 드러내곤 했던 이 피아노 연주자는 바흐의 ‘평균율 조곡 1권’을 연주하면서 바흐의 음악에 내재된 절대적인 공간감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 안에 그 반대편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는 재즈적 자유를 양립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재즈와 클래식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좋은 결과는 1984년부터 1988년에 이르는 긴 기간에 걸쳐 앨범이 조금씩 녹음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사이 충분히 바흐를 연구하고 다시 자신의 스타일을 그 안에 넣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앨범은 존 루이스의 피아노 솔로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바이올린, 비올라, 기타, 베이스 등이 필요에 따라 가세한 실내악적인 연주로도 녹음되었다. 이것은 재즈적인 필요가 아니라 바흐의 원곡이 지닌 여러 성부의 선율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색다르면서도 바흐의 정서를 벗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이 너무 클래식에 갇힌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클래식 연주와 비교 감상하면 그렇지 않다. 차이 속에서 존 루이스가 확연히 드러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곡을 해체하고 재 조립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재즈적이지 않은가?
피아노 음색이랑 특히 클래식기타 소리와 어울림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듣게 되네요..
존 루이스의 바흐 앨범도 매우 색다른 느낌을 주죠. 그냥 멍하니 넋놓고 듣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