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재즈는 잡식성이 되었다고 할 만큼 다양한 음악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것은 재즈 외에 다양한 음악들이 향유되고 있고 그만큼 새로 등장하는 연주자들이 재즈와 함께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피아노 연주자 스테판 루스코니가 이끄는 트리오의 이번 첫 앨범이 그 좋은 예이다. 앨범 표지에서 재즈보다는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트리오의 첫 앨범은 1990년대 이후 록을 대표하는 그룹 가운데 하나인 소닉 유스의 음악을 화두로 하고 있다. 자작곡 3곡과 함께 ‘Sunday’를 시작으로 ‘Hits Of Sunshine’, ‘The Wind Is Blowing’ 등 소닉 유스의 대표곡 11곡이 연주되었다. 트리오가 소닉 유스를 연주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쿠스틱 악기로 록의 역동성을 담아내는데 있는 듯하다. 파비안 기슬러(베이스), 클라우디오 스트뤼비(드럼)이 분출하듯 쏟아내는 리듬은 기본적으로 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스테판 루스코니의 피아노는 현을 직접 연주하는 등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어쿠스틱의 질감을 잃지는 않지만 록적인 맛이 강한 개성적인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피아노 연주자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체를 이룬 트리오의 연주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트리오의 사운드는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E.S.T와 록을 종종 트리오로 연주하곤 하는 브래드 멜다우를 결합한 느낌을 준다. 비교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It’s A Sonic Life – Rusconi (Sony BMG 201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