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보편어가 되어버린 재즈에 다시 자신의 특별한 언어를 결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면 재즈라는 언어는 개인을 표현하는 부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지 않던가? 편재하기 때문에 사라진 듯한 재즈.
그런데 이스라엘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엘리 데지브리의 이 앨범을 들으면 재즈에 한 국가, 문화적인 특성을 결합하는 것이 재즈의 순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절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은 정서상으로 블루스로 대표되는 재즈의 정서와는 다른 면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재즈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Bebop’이 있고 스탠더드 곡들이 있는가 하면 ‘Jealous Eyes’같은 곡도 있는 것이다. 개성을 담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리라.
이 앨범은 멤버 구성이 흥미롭다. 브래드 멜다우-론 카터-알 포스터가 함께 한 것이다. 특히 론 카터에 애정이 있는 듯 색소폰 연주자는 ‘Mr. R.C’를 작곡하기도 했다. 반면 브래드 멜다우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균형이나 크기에 있어서 그의 피아노는 색소폰을 위한 배경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사실 앨범 전체가 색소폰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세 악기가 주도적이지 못한 경과가 나왔다. 그 가운데서 브래드 멜다우의 피아노가 제일 소극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솔로 연주자로서의 능력 때문이리라. 그래서 무엇인가 색다른 화학작용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를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엘리 데지브리는 활동 경력이 꽤 되었다. 그래도 이제부터 더 주목해야 할 연주자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