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한국 연주자의 앨범들이 지속적으로 발매되는 것을 보면 이제 한국 재즈도 어느 정도 생산적인 측면에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좋은 현상 속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당수의 연주자들이 첫 앨범 발표에 멈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한국의 재즈 환경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위태로운 부분을 지녔음을 말한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연주자들간의 교류-공연에서는 어느 정도 있지만-가 구체적인 성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프로젝트성 시도가 있다면 보다 창조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피아노 연주자 배장은과 기타 연주자 오정수가 마음을 함께 한 이번 앨범은 무척이나 반갑다. 게다가 결과물의 뛰어난 완성도는 그 이후마저 기대하게 한다.
두 연주자의 결합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함께 하는 연주자 자체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연주를 넘어선 정서적 만족까지 이끌어 낸다는데 있다. 여기에는 두 연주자의 자작곡들이 사랑, 불안, 행복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두 연주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연주를 한다고 해도 그 진행은 충돌이 아닌 조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초반 두 곡, 그러니까 배장은의 최근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Last Minute’나 ‘Ballade Q’에서 잘 감지된다. 이 곡들에서 두 연주자는 실험정신으로 각각의 아우라를 드러낸다. 긴장 속에서도 멜로디 감각을 유지하는 배장은의 피아노와 몽환적인 톤으로 사운드에 신비로운 질감을 부여하는 오정수의 기타는 분명 그 자체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두 곡의 매력은 두 연주자의 개성이 합일 되면서 연주를 넘어서는 일종의 슬픔, 동경의 정서를 유발하는데 있다. 이것은 이 외에 배장은이 자신의 아이가 태어날 무렵에 썼다는 ‘Snowfly’,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한 ‘When It Comes to Happiness’, 오정수가 자신의 딸을 위해 썼다는 ‘Song For Cheryl’같은 곡에서도 반복된다. 심지어 ‘When You Sleep’, ‘Dual Personality’, ‘You Are Not Mine’같은 자유즉흥 연주 곡에서도 유효하다. 연주자들이 자유로운 연주를 펼치면서도 그들을 관통하는 정서적 일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단번에 느끼기에는 보다 더 큰 집중을 요구한다. 그러나 일단 맛보면 다른 어느 것보다 더 깊은 여운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배장은 오정수 프로젝트가 획득한 음악적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깊기에 나는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 앨범을 올 해의 인상적인 앨범 가운데 하나로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