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랙스톤 등과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케니 휠러의 곡들과 연주는 언제나 정제된 느낌을 준다. 그의 트럼펫 연주는 차가움을 주지만 곡과 연주가 표현하는 이미지에는 늘 따뜻함이 느껴졌었다. 겨울날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음악을 지금까지 들려주었다. 이런 그의 음악이 가사가 붙여져 노래된다면 어떤 느낌을 줄까? 이것이 내 앨범 구입의 계기다.
사실 티에리 페알라가 케니 휠러의 곡을 노래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어느날 케니 휠러를 노래하는 노마 윈스턴을 듣게 되면서 티에리 페알라는 노마 윈스턴과 케니 휠러에 빠지게 된다.(아마도 케휠러, 노마 윈스턴 그리고 존 테일러로 구성되었던 Azimuth의 앨범을 들었던 듯싶다.)그래서 케니 휠러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6년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티에리 페알라 자이의 좋아하는 케니 휠러의 곡을 골라서 앨범을 만들게 된다.
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티에리 페알라의 창법은 현재 남성 재즈 보컬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커트 엘링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들려준다. 힘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리리컬한 면을 강조하는 유럽 재즈 보컬의 모습을 반영하는 노래를 하면서도 때로는 재즈와 어덜트 컨템포러리 사이를 오갔던 배리 매닐로우의 느낌을 주는 노래를 하고 있다.
한편 정규 편성은 있지만 각 곡의 분위기에 맞추어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 특이한데 티에리 페알라를 지원하는 연주자들이 무척 화려하다. 특히 베이스 연주자 리카르도 델 프라가 정규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서 앨범의 무게를 실어준다. 그리고 브뤼노 안젤리니의 피아노 연주도 인상적이다. 케니 휠러와 노마 윈스턴이 직접 참여해서 티에리 페알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노마 윈스턴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케니 휠러 자신이 직접 참여를 함으로서 이 앨범에 일종의 정통성을 부여하긴 했지만 티에리 페알라가 의도했던 대로 케니 휠러의 음악이 가진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표현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다른 연주자에 비해 주인공인 티에리 페알라는 거의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늘어지고 있다. 여기에 케니 휠러의 음악이 지닌 우아함과 따뜻함은 느껴지기는 하지만 티에리 페알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만의 해석이라기보다는 케니 휠러의 음악을 따라가려는 듯한 모습이 강하다. 그리고 티에리 휠러의 음악을 노래하는 차원에 있어서도 이 앨범에 잠깐 목소리를 드러내는 노마 윈스턴이 훨씬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한 곡씩 떼어 놓고 듣는다면 모르겠으나 앨범 전체를 끝까지 듣는데는 약간의 지루함을 줄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