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와 상관 없이 연주자들은 저마다의 타고난 색을 지닌다. 그 색은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처음의 색이 여러 상황 속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번 첫 앨범으로 다가온 윤지희의 색은 무엇일까? 그것을 나는 여성스러움이라 말하고 싶다. 여성이 연주하니 여성적인 색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내가 여성스러움을 이 피아노 연주자의 색이라 말하는 것은 그 여성성이 무척이나 곱기 때문이다. 타이틀 곡과 ‘We’ve Had A Little Rain This Spring: 봄비’가 대표적이다. 이 두 피아노 솔로 곡에서 그녀는 섬세한 소녀적 감성을 십분 활용한다. 트리오-혹은 타악기가 가세한 쿼텟- 연주에서도 그녀의 여성미는 여전하다. ‘Feather In Flight’같은 곡이 대표적. 가벼운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이 곡에서 그녀의 피아노는 허공을 부유하는 듯 가볍고 나긋함을 매력으로 발산한다.
이러한 여성적 매력은 각 곡들이‘개화’,’5월’,’봄비’등에 관련된 윤지희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로 인한 아쉬움도 있다. You’re Never Gonna Get It’처럼 포스트 밥 트리오의 전형을 따르는 곡에서는 조금 더 연주의 온도, 연주의 힘을 높여도 좋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 앨범을 기대하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꽃이 핀다는 의미의 개화는 開化가 아니라 開花로 표기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