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 중인 드럼 연주자 크리스 바가의 앨범이다. 최근 그는 드럼 외에 비브라폰을 적극 연주하고 있는데 이 앨범에서도 드럼 대신 비브라폰을 연주한다. 앨범은 피아노와의 듀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의 듀오 연주에서 얻었던 것일까? 그러나 분위기는 완전 다르다. 스탠더드 곡과 팝 곡들을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연주하는 한편 연주의 진행에 있어서도 자신의 비브라폰을 피아노가 후원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연주를 위해 그는 여러 명의 피아노 연주자를 불렀다. 이지영, 송영주, 임미정, 이영경, 김광민 그리고 노영심(!)이 그의 비브라폰과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연주자가 등장하지만 ‘관성’이라는 타이틀처럼 각 곡들은 휴지 없이 계속 이어져 하나의 동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독특하다. 한편 크리스 바가의 비브라폰 연주는 의도적인지 몰라도 다소 연약한 이미지를 풍긴다. 비브라토는 제어되었으며 그로 인해 공간적 깊이보다 평면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은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상상을 자극하는 데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연주자의 선택이긴 하지만 나 같으면 조금은 더 선명한 공간감을 선택했으리라. 아무튼 흐릿한 날에 들으니 살짝 나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