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여성 피아노 연주자 율리아 휠스만의 두 번째 ECM 에서의 트리오 앨범이다. 그녀는 ECM 이전에는 ACT에서 보컬과의 공동 작업을 주로 했었다. 그러면서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팝적인 감각을 드러내곤 했었다. 이것은 ECM에서의 첫 앨범 <The End Of A Summer>(2008)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었다. 그러나 확실히 ECM에서 앨범을 녹음하게 되면서 그녀는 멜로디를 안으로 감추고 왼손과 오른손의 비중을 같게 하고-어쩌면 왼손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하는 것이 적확할 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베이스와 드럼과 피아노의 어울림 또한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Storm In A Tea Cup’, ‘Kauf Dir Einen Bunten Luftballon’처럼 비교적 멜로디가 선명한 곡들도 있지만 왼손과 오른손의 어우러짐,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입체적인 어우러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하나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사운드 전체의 서정적 흐름을 감상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트리오의 연주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색적인 속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트리오의 입체적인 호흡은 오히려 다채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또 그만큼 편한 감상을 요구하는 감상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트리오 위에서 가라앉은 선율을 끌어 올리는 관악기나 보컬을 아쉬워하게 될 것 같다.
Imprint – Julia Hülsmann Trio (ECM 2011)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