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카 한(한지연)은 프리 재즈에 경도된 연주를 적극 펼친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하는 다른 국내 피아노 연주자들과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 트리오를 기본으로 트럼펫 연주자 랄프 알레시가 몇 곡에 참여한 이 앨범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자유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정해진 틀 밖으로 나가려는 연주를 추구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그녀가 생각하는 불일치와 우연은 조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불일치한 연주들이 즉흥적으로 서로가 어울리는 한 지점에 수렴된다고 할까? 그렇기에 그녀의 음악은 프리 재즈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포스트 밥을 아우른다. 또 그만큼 자유롭지만 그것이 꼭 어지럽지는 않다. 두 차례 연주된 ‘Study 34’와 ‘Study 34-2’, 그리고 ‘Gravity’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자유로운 연주들이 교차하지만 그 전개는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으며 연주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존 콜트레인의 ‘Countdown’의 코드 진행을 기본으로 새로이 곡을 구성했다는 ‘Count Yourself’도 연주자들의 독자적인 공간이 최대한 보장되어 있지만 그 흐름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게다가 쇼팽의 에튀드를 편곡했다는 ‘Castalia’에서는 정제된 클래식적 서정까지 보여준다. 결국 이 앨범에서 그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화려한 솔로나,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라 그 자유가 모여 만들어 낸 아름다운 조화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