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주자나 보컬의 앨범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더 이상 보여줄 새로울 것이 없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실력과 음악적 혜안을 겸비한 연주자나 보컬은 매번 이러한 장벽을 넘어 쇄신한 자신의 모습으로 감상자를 감탄하게 만들곤 한다. 웅산의 이번 새 앨범이 그렇다. 지금까지 그녀는 6장의 정규 앨범과 기프트 앨범이라 명한 두 장의 특별 앨범을 통해 재즈를 중심으로 블루스까지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앨범마다 확실한 주제를 설정하여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래서 2년 전에 발매된 6집 <Tomorrow>를 선보였을 때 나는 이제는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감추어진 면을 드러낸다. 그것은 무엇보다 작곡자로서의 능력이다. 지난 앨범에서 ‘Yesterday’같은 곡으로 작곡력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 곡을 비롯하여 ‘I Wanna Dance’, ‘Mr. Blues’, ‘바람이어라’, ‘내 슬픈 탱고’ 등의 곡을 통해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앨범의 새로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녀의 폭 넓은 소화력이 더 흥미롭지 않나 싶다. 앨범에서 그녀는 재즈, 블루스, 보사노바, 탕고, 팝 발라드, 클래식 등의 장르를 가로지르며 노래한다. 이를 위해 자작곡 외에 산타나의 ‘Smooth’,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 타미 볼린의 ‘Savannah Woman’, 오페라 곡 ‘Una Furtiva Lagrima’ 등을 노래했다. 그렇다고 난잡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담백하게 정돈된 사운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녀가 자신의 방식대로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곡의 다양성은 대중적인 매력으로 이어진다. 듣기 편하면서도 듣는 재미가 있어 지루하지 않은 앨범을 찾는다면 바로 이 앨범을 들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