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토드 구스타프센이 참여했다는 사실, 또 앨범에 그의 곡 그것도 ‘Graceful Touch’와 ‘Where Breathing Starts’가 수록되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울리히 드레슐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단 이야기다. 하지만 앨범을 듣고 나서 이 독일 출신으로 현재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및 클라리넷 연주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앨범에서는 베이스 클라리넷만 연주하고 있는데 요즈음 내가 색소폰보다 클라리넷 소리에 매료되었는지 몰라도 그 톤과 흐름이 상당히 아름답다. 또 처음 토드 구스타프센의 음악에서 느꼈던 것처럼 클리세 같으면서도 달콤하게 느껴지는 멜로디와 우수와 약간의 희망이 담긴 분위기가 귀에 쏙 들어온다. 그리고 안개에 덮여 있는 듯 하면서도 명징한 사운드, 다른 앨범들보다 3db 정도 낮춘 듯 속삭이는 사운드 또한 맘에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앨범이 충격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일관된 톤과 달착지근함은 정말 좋지만 토드 구스타프센과의 어느 정도 유사성이 감지되기에 진정한 그만의 음악은 다른 앨범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할 듯싶다. 실제 그의 다른 연주 곡들을 몇 샘플로 들어보았는데 재즈의 전통과 현재, 긴장과 이완을 아우른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토드 구스타프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