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브래드 쉐픽의 앨범을 처음 들었다. 그동안 데이브 더글라스의 티니 벨 트리오, 파코라 등에서의 활동으로 친숙했었지만 그의 솔로 앨범은 관심을 두지도 못했지만 가까이할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무척 기대되었는데 듣고 나서 기대 이상의 앨범을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앨범은 ‘챔버 뮤직 아메리카’라는 단체의 의뢰로 제작된 이 앨범은 그동안 다양한 지역적 색채를 가미한 음악적 활동을 해온 브래드 쉐픽의 이력이 종합된 음악을 들려준다. 글쎄, 환경 음악이라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전 지구를 생각하는 브래드 쉐픽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것은 먼저 남미, 북미, 남극,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주제로 한 곡들이 하나씩 수록되어 있고 다른 곡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생각하게 하는 제목-Carbonic, Current-의 곡들이 수록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각 대륙을 주제로 한 곡들을 연주하면서 브래드 쉐픽은 그 지역의 음악적인 특색을 적절히 활용한다. 그 가운데 아시아를 주제로 한 ‘Waves’는 중동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어 다시 한번 서구인들이 지닌 아시아에 대한 시선의 범위가 여전히 중동에서 멈춤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브래드 쉐픽이 월드 뮤직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타 외에 터키식 기타라 할 수 있는 사즈(Saz), 인도식 기타라 할 수 있는 탐부라(Tambura)등을 연주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민속적인 분위기로 이끌진 않는다. 내가 이 앨범을 기대 이상이라 생각한 것도 환경적인 주제 때문이 아니다. 기보와 즉흥이 적절히 배합된, 전혀 어지럽지 않은 사운드 때문이었다. 피아노, 오르간 그리고 아코데온까지 연주하는 게리 베르사체, 뜨거움과 냉랭함을 오가는 랄프 알레시의 트럼펫, 그리고 드류 그레스(베이스), 톰 레이니(드럼)으로 이루어진 리듬 섹션이 만들어 내는 조화와 자유가 상당히 짜릿하다. 아주 커다란 충격은 없지만 올해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좋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