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거의 모든 카탈로그를 리마스터링 하려는 계획인 것 같지만 RVG 에디션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당대에 인정 받지 못했던 앨범들에게도 새로운 조명을 비춘다는 것이다. 색소폰 연주자 프레드 잭슨의 이 앨범도 1962년 발매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미리 녹음까지 마친 두 번째 앨범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그것이 RVG 에디션으로 재발매 하면서 보너스 트랙 형식으로 두 번째 앨범으로 예정되었던 곡들까지 다 수록하게 되었다. 이런 앨범은 나름 수집가들이 좋아할만한 앨범이 아닐까 싶다. 물론 LP가 우선이겠지만.
프레드 잭슨은 리더작으로서는 이 앨범이 유일하다. 그러나 세션 연주자로서는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 그 가운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베이비 페이스 윌레트의 앨범 <Face To Face>에서의 연주다. 그리고 리틀 리차드나 B.B. 킹 등 재즈 외에 소울, 블루스 세션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에서도 소울 펑키 재즈에 R&B적인 맛이 섞여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이 그리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퓨전-순수한 의미의-적인 성향이 아니라 평이한 흐름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하드 밥의 블루스를 변형한 듯한 형식에 적당한 클리세를 섞은 솔로 연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프레드 잭슨의 테너 색소폰 또한 부드럽긴 하나 힘에선 다소 부족한 느낌을 주는, 말 그대로 평범한 B급의 냄새를 풍긴다. 그러니 주목을 받지 못할 수 밖에.
그러나 지금 이 앨범을 다시 들으면 그래도 평가가 달라지리라 본다. 60년대 재즈의 가장 평범한 일면을 간직한 앨범인 동시에 그냥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앨범으로서 좋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향수와 친근함이 섞인 앨범이랄까? 또한 프레드 잭슨 외에 얼 반 다이크의 오르간, 윌리 존스의 기타 연주가 주는 맛도 괜찮다. 살짝 키치적이다 싶으면서도 그 울렁거림이 60년대를 기분 좋게 추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