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빌 스튜어트는 내게 신비로운 연주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것은 그의 음악이 미국과 유럽, 전통적 규범과 개인적 열정 모두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침묵을 탐구하기도 하고 빠른 속주로 공간을 터질 듯 메우는 연주를 자주 오간다.
그 가운데 피루엣 레이블에서의 녹음들은 주로 스탠더드 곡들 중심으로 어찌 보면 평범한 연주를 해왔다. 그런데 게리 피콕, 빌 스튜어트와 함께 한 이번 앨범의 경우 강력한 역동성과 블루스적인 전통을 드러내면서도 특유의 내밀한 서정미를 다른 한 쪽에 배치하고 있다. 뜨거운 트랙과 차가운 트랙의 공존이랄까? ‘Hope Song’에서 ‘My Heart Belongs To Daddy’로 이어지는 두 트랙이 이 대조의 가장 좋은 예이다. 한편 게리 피콕, 빌 스튜어트는 빌 캐로더스의 피를 뜨겁게 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로 인해 이전 앨범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단단한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이들이 힘을 뺐을 때 빌 캐로더스의 시성이 드러난다.
그나저나 저 닭이 표지로 사용된 것이 무척이나 낯설다. 빈 공간에 위치한 닭의 이미지에서 뜨거움과 차가움이 함께 느껴지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