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비제이 아이어를 개성 있는 실력파 연주자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음악에 확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다르다. 나를 사로잡았다. 이것은 그가 이번 앨범에서 스티비 원더의 모타운 시절 히트 곡, 번스타인의 뮤지컬 히트곡, 70년대 R&B 퓨전 곡, 앤드류 힐의 진보적인 곡들을 자작곡과 함께 하나로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연주가 현대 재즈 피아노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빌 에반스, 키스 자렛의 전통과는 다른 전통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에서 그는 델로니어스 몽크, 맥코이 타이너, 앤드류 힐 등 현재의 주류와는 다른 스타일리스트의 영향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펼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자신의 피아노를 재즈사의 한 지점에 위치시키려 한다. 조금은 비약하면 그는 E.S.T 등을 비롯한 새로운 경향의 연주를 선보인 동료 연주자들의 반대편에서 (그들과는 다른) 전통을 보다 확고히 드러내면서도 충분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말하려 한 것 같다. 실제 앨범은 현재성을 띠면서도 충분히 전통적이다. 한편 이 앨범의 우수함은 비제이 아이어의 피아노 연주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이스와 드럼의 탄탄한 호흡 때문이기도 하다. 위대한 트리오는 피아노 외에 모든 악기가 자기 목소리를 잘 내야 함을 말하려는 듯 스테판 크럼프(베이스)와 마커스 길모어(드럼)는 피아노 바로 아래에 밀착하여 같은 방향으로 전진한다. 그래서 이 트리오의 연주는 비제이 아이어의 피아노가 아니라 세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덩어리가 된 사운드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 해의 가장 인상적인 피아노 트리오 앨범, 매년 E.S.T, 배드 플러스, 토드 구스타프센 등이 차지한 젊은 트리오 앨범의 후보 중 하나로 이 앨범을 놓고 싶다. 그것이 이 앨범에 걸맞은 Historicity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