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함과 신비를 생각하게 하는 표지가 인상적인 헬게 리엔 트리오의 이번 여섯 번째 앨범은 아마도 가장 선명하게 헬게 리엔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난 그의 모든 앨범을 들어보지 못했다. 석 장인가 넉 장을 들어본 것 같은데 그를 통해 받았던 인상은 보통 이상의 실력과 마음 맞는 트리오 멤버를 지녔음에도 음악적 이미지가 다소 흐릿하다는 것이었다.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시작부터 명료한 이미지를 품고 달리기와 걷기를 이어가며 연주 한다. 멜로디에 대한 감각도 훨씬 또렷하고 베이스 드럼 연주자와의 인터플레이도 상당히 경제적인 면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곡의 빠르기와 상관 없이 청량한, 맑은 느낌이 앨범 전반을 지배한다. 분명 이전 그의 앨범들에서 한 발 나아간 연주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첫 곡 ‘Gamut Warning’에서 E.S.T의 흔적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실제 그의 음악을 잘 몰랐던 지역의 평자들은 그를 E.S.T의 대체로 생각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홍보 차원의 생각이고 그의 음악은 단순히 E.S.T 의 향수를 달래는 것을 넘어 선다. E.S.T적인 면도 있지만 브래드 멜다우나 키스 자렛 등 다른 연주자들의 영향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향을 종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