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튼 마샬리스의 지난 2007년도 앨범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tentiary>는 그 안에 담긴 정치적 함의도 특별했지만 보컬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그에겐 계속 탐구할만한 것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 관계를 주제로 삼고 있는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직접 쓴‘남과 여’에 관한 시를 낭송한 것을 각 연주 앞에 붙여서 앨범의 주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주제의 효과적 표현을 위해 색다른 규칙을 두었다. 그것은 바로 3박자의 왈츠 리듬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남’, ‘녀’ 그리고 ‘둘의 관계’가 각각 삼박자를 형성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고 앨범의 분위기가 춤곡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아니다. 재즈의 다양한 고전 양식들을 멋지게 현대화 할 줄 아는 그답게 3박자의 리듬을 타면서도 뉴올리언즈 재즈부터 블루스까지 복고적인 향취를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고전적인 맛은 앨범에 서사적 분위기를 부여하며 ‘남과 여’라는 주제가 담고 있는 낭만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있다. 사실 영시를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감상자들에게 앨범 곳곳에 배치된 낭송 트랙은 오히려 감상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제부터 음악까지 이 앨범은 근 10년간 그가 녹음한 앨범들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앨범이라 할만하다.
He & She – Wynton Marsalis (Blue Note 2009)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