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ada – Nils Peter Molvaer (EmArc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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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닐스 페터 몰배가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모음집, 리믹스 앨범, 사운드 트랙 앨범들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일렉트로 재즈의 선구자로서 그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최근 앨범 활동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들 앨범이 정규 앨범 발매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매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물론 이들 앨범의 음악적 수준에 대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번 앨범이 참 반갑다.

앨범 타이틀이 뭔가 의미를 지니지 않나 싶어 ‘Hamada란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아랍어로 ‘사막’을 의미한다고 한다. 더 정확하게는 단순 모래만 있는 사막-차라리 이것은 아름답기라도 하다-이 아니라 흙과 돌멩이가 가득한 불모의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닐스 페터 몰배가 굳이 아랍어로 앨범 타이틀을 정한 것은 그의 영화적 상상력이 하나의 여정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앨범에는 오지를 탐험하는 듯한 낯선 이국적 정취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어떤 세계 민속 탐방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면 안 된다. 때로는 공포에 가까운 신비와 긴장이 가벼운 관광이 아니라 탐험, 모험으로 감상자를 이끈다. 또 아랍어로 앨범 타이틀을 정했다고 해서 아랍적 색채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의 일렉트로 재즈의 시작을 알린, 캄보디아어로 앨범 타이틀을 정한 <Khmer>(ECM 1998)처럼 가상의 민속적 공간을 모험할 뿐이다.

한편 이 앨범을 들으며 나는 그가 어쩌면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압박 때문에 정규 앨범을 그 동안 발매할 수 없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의 영화적 상상력과 스튜디오에서의 오랜 작업이 어우러진 SF적 사운드는 매혹적인 것이지만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를 벗어나려 고민했다고 보는데 그 단초를 처음의 작업에서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그것은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의 일렉트로 재즈는 상상력 발현을 위한 도구였지 어떤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다른 연주자들의 일렉트로 재즈 앨범들을 보면 ‘목적’의 성향이 강하다.) 그 결과 이렇게 일렉트로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리듬에 강박 당하지 않고 특유의 건조한 트럼펫으로 공간을 유영하는 멋진 연주를 들려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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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닐스 페터 몰배가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모음집, 리믹스 앨범, 사운드 트랙 앨범들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일렉트로 재즈의 선구자로서 그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최근 앨범 활동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들 앨범이 정규 앨범 발매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Hamada - Nils Peter Molvaer (EmArcy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