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라폰 연주자 게리 버튼은 늘 가능성 있는 신인들의 연주에 귀를 열어놓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어왔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그룹 음악일 때 더 빛이 난다. 하지만 근 10년 이상 게리 버튼은 고정된 그룹 활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기타 연주자 줄리안 라지를 발굴한 이후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멤버를 끌어 모으긴 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는지 다음 앨범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밴드를 찾은 모양이다. 이번 앨범을 그는 줄리안 라지 외에 스콧 콜리(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 등 2011년에 선보였던 앨범 <Common Ground>과 같은 멤버와 함께 했다. 그러면서 이전 앨범보다 완성된 그룹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 줄리안 라지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동안 이 젊은 기타 연주자는 게리 버튼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사운드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밴드 속에서 개성 이상의 화학작용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밴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들어가야 할 때와 나와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개성을 밴드의 개성으로 승화시킨다.
한편 게리 버튼의 비브라폰은 여전히 영롱한 톤으로 기타를 지원하거나 이끌면서 전체 사운드의 균형을 유지하고 질감을 다듬는 리더 역할을 보여준다. 그 결과 다양한 리듬과 여러 스타일을 아우르고 있음에도 앨범은 단단하고 탄탄한 그룹 사운드를 바탕으로 균질감을 보인다. 팻 메시니가 게리 버튼과 함께 했던 시절 게리 버튼 그룹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이러한 안정적인 매력은 특정 연주자의 음악적 발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 밴드로서 활동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 밴드가 앞으로 몇 장의 앨범을 더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게리 버튼의 음악 인생에 줄리안 라지는 팻 메시니 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며 뉴 게리 버튼 쿼텟의 사운드는 리더의 2010년대를 빛낸 사운드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