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우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비브라폰 연주자이다. (크리스 바가 정도가 있을까?) 그래서 이번 그의 첫 앨범은 그 자체로 한국 재즈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10년 이상 연주자로 교육자로 활동해 온 경력자답게 다양한 곡들을 편안하게 풀어나간다. 빠른 템포에서도 그는 절대 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차근차근 필요한 음들을 하나씩 이어나간다. 그 덕에 감상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가벼이 리듬을 타면서 편안하게 듣기에 좋다.
때로는 그 여유가 조금은 과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 특히 ‘Stolen Moments’, ‘The Days Of Wine And Roses’같은 스탠더드 곡들을 보면 조금은 더 뜨거웠어도 좋지 않았나, 너무 겸손하게 연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가 기교적인 측면에서 모자람이 있다거나 무작정 빠르게 연주하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긴장을 더 넣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타이틀 곡이나 The Chief(팻 메시니), Journey(김정식), Memories Of Tomorrow(키스 자렛) 으로 이어진 3부작 등 상대적으로 긴장의 함유량이 높은 현대적 감각의 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백진우의 비브라폰은 물론 김정식의 기타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어우러짐이 보다 긴밀할뿐더러 음악적 이미지 또한 선명하여 곡에 더 몰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