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주자, 보컬의 음악적 진행, 발전을 지켜보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보컬 솔베이그 슬레타옐은 데뷔 앨범 <Slow Motion Orchestra>(Curling Legs 2001)에서 유명 스탠더드 곡들을 착 감기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노래했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아닌 슬로우 모션 퀸텟을 대동하고 녹음한 이번 네 번째 앨범은 여기서 한참 앞으로 나아간 모습을 보인다. 더 이상 그녀는 전통의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본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나를 더 표현하겠다고 마음먹은 듯 보다 현대적인 보컬을 들려준다. 비로서 그녀가 불모의 시정을 표현하는 보컬 시젤 엔드레센의 제자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한편 어쿠스틱에서 일렉트로적인 질감으로 선회한 슬로우 모션 퀸텟의 몽환적인 사운드도 무시할 수 없다. 피아노 연주자 모텐 오베닐드가 이끄는 이 퀸텟의 변화야 말로 슬레타옐의 변화를 이끈 동인일 지도 모른다.
Good Rain – Solveig Slettahjell (Curling Legs 2006)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