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 머피는 건반 연주자이지만 작,편곡가로 더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음악 작곡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재즈 앨범은 몇 안 된다. 그렇다고 영화 음악을 주로 만들면서 재즈 앨범을 여가로 제작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는 베니 굿맨 오케스트라, 타미 돌시 오케스트라 등을 위한 편곡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 그는 스스로 ‘System Of Horizontal Composition’ 혹은 ‘Equal Interval System’ 이라 불렀던 독특한 음악 이론을 주창했다. 나 역시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12 음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리 말하면 현대 음악 작곡가 쉔베르크의 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쉔베르크가 상당히 난해한 무조 음악을 들려주었다면 라일 머피는 매우 산뜻하고 청량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데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자신은 작,편곡자로 머물로 앙드레 프레빈(피아노), 커티스 카운스(베이스), 쉘리 맨(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와 클라리넷과 색소폰 함께 연주하는 5관 편성을 불러 만든 이 앨범은 특히나 그만의 매력이 돋보인다. 표지의 분위기처럼 황사로 뒤덮인 흐린 날 만난 청량한 여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얼마 전 할 맥쿠식의 음악을 들었을 때와 유사한 느낌이다. 일체의 점성질을 제거한 산뜻하고 건조한 사운드! 음악적으로 무게가 있으면서도 편안한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매력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재즈 애호가들의 취향이 이스트 코스트 재즈에 집중되고 따라서 웨스트 코스트 재즈를 상업적인 면을 추구했던 재즈 정도로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웨스트 코스트 재즈는 팔수록 더 많은 보물들이 나오는 것 같다. 재즈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재즈의 낭만적 매력을 강조했던 그런 보물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