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한국 연주자의 앨범이 발매되고 있지만 그 중 보컬의 앨범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이번 이지혜의 첫 앨범은 한국 재즈에 무척이나 반가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에서의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이 여성 보컬은 스캣이나 허밍을 중심으로 노래하기를 즐긴다. 그렇다고 엘라 핏제랄드식의 전통적인 스캣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미성의 스캣은 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 신비감을 만들어 낸다. 이는 유럽 쪽 여성 보컬들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지혜는 여기에 한국적인 맛을 곁들여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했다. 판소리와도 유사한 창법-음색은 여전히 미성이지만-을 곁들인 ‘Pansori Fantasia-Sarang Ga’같은 곡이 좋은 예다. 이 외 ‘Conversation-Zen For Jazz’나 ‘아리랑’같은 곡에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자연스레 드러난다.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이지혜식 재즈의 궁극적 목표는 아닌 것 같다. 언급한 곡들을 포함해 수록곡 모두가 동양적인가 하면 유럽적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유로피안-아시안 사운드라 할 수 있을까? 한편 여기엔 피아노-첼로-장구로 구성된 독특한 트리오 편성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니콜라 안드리올리의 피아노와 발리 벤 아모르의 장구의 대조적인 어울림은 이지혜의 보컬만큼이나 신비롭다. 보컬을 넘어 전체 사운드를 조율하는 이지혜의 미래를 기대한다.
Goblin Bee – 이지혜 (Hevhetia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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