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기타 연주자 야콥 영은 2000년대에 등장해 지금보다 더 큰 주목 속에서 ECM의 역사를 지속시킬 기대주로 평가 받았던 인물이다. 적어도 2002년과 2006년에 녹음한 <Evening Falls>, <Sideways> 는 분명 존 애버크롬비, 랄프 타우너, 팻 메시니 등 ECM에서 빛을 본 기타 연주자의 계보를 이을 신예로 생각하게 할 만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Sideway>이후로 약 7년간 새로운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활동을 아주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 이런저런 공연활동을 지속했다. 4년 전에는 드럼 연주자 마뉘 카체의 앨범 <Third Round>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새 앨범을 녹음할 때가 자연스레 찾아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아무튼 이전 두 장의 앨범-물론ECM 이전에도 그는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맨프레드 아이허의 눈에 들었다-에서 많은 감상자를 사로잡았던 그였기에 이번 7년만의 새 앨범은 무척 반가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앨범은 그가 7년간 음악적 고민을 했고 또 이를 매우 현명하게 풀어냈음을 생각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그의 음악적 매력은 느슨한 긴장 속에서 만들어 내는 서정적 분위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의도 이전에 성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모습 자체이다. 그러므로 이에 변화를 주기란 그리 쉽지 않은 법. 실제 이번 앨범에서도 부드럽고 차분하며 서정적인 야콥 영은 오랜 친구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는 편성과 멤버의 변화에서 새로움의 길을 찾았다. 이전 두 앨범을 그는 기타-트럼펫-클라리넷(색소폰)-베이스-드럼의 편성으로 녹음했다. 멤버도 같았다. 그것이 이번에는 그의 오랜 친구 트릭베 세임(색소폰)과 폴란드의 피아노 연주자 마르신 바실레프스키의 트리오와 함께 했다. 물론 편성의 변화 멤버의 변화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고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방법이다. 모든 앨범들은 리더를 중심으로 모든 연주자들의 개성이 만나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번 앨범만 해도 트릭베 세임은 자신의 앨범에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솔로를 펼치고 있으며 마르신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각 멤버들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편안하게 드러낸다. 그 결과 야콥 영의 기타는 전체를 지배하는 대신 기꺼이 일부가 되어 필요할 때만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솔로는 색소폰과 공유하고 리듬 섹션 연주는 피아노와 공유하는 식이다. 분명 이전 두 앨범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에 비해 새로워진 사운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야콥 영이 기타의 역할을 살짝 후방으로 돌리면서 전체 사운드의 매끄러운 호흡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이전보다 훨씬 촘촘하고 매끄러운 사운드를 낳았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야콥 영의 정교한 편곡 솜씨가 매력을 드러낸다. 모든 곡에서 그의 편곡은 다섯 악기가 선명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명확히 역할과 공간을 분리한다. 그러면서도 그 분리는 단순한 정리정돈을 넘어 중첩을 허용한다. ‘Beauty’같은 곡을 예로 들면 이 곡에서 색소폰, 기타, 피아노 등은 끊임 없이 홀로 가기와 함께 가기를 번갈아 하는 한편 부단한 대화로 서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사운드를 요동치게 한다. 그래서 정서적 측면 이전에 악기들의 어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앨범의 정서를 대변하는 곡이라 할 수 있는 ‘I Lost My Heart To You’에서도 마찬가지다. 야콥 영의 서정이 지닌 매혹을 가장 잘 드러낸 이 곡에서도 기타 연주자는 때로는 색소폰과 피아노 사이를 오가며 전체 사운드의 균형을 이끌고 직접 자신이 곡을 통해 드러내고팠을 시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솔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였지만 이전 앨범에 비해 한층 더 바쁜 움직임이라 할 수 있겠다.
7년여만에 새로이 발매된 야콥 영의 이번 앨범은 그 기다림만큼이나 매우 만족스럽다. 기타 연주자를 규정짓는 서정성은 변함없이 감상자를 새로운 여행으로 이끈다. 그러면서도 질감의 차이 뒤로 비밥 사운드를 들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것이 어쩌면 야콥 영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부분이 아닐까? 아무튼 정말 Forever Young!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소리를 다 잡아먹는 것 같아 색소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느낌이라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번트랙 리듬이 한국의 국악장단 같아 깜짝 놀랐어요! 신선하네요^^
색소폰에 그래도 친숙해야 폭 넓게 재즈를 들을 수 있죠. 저도 색소폰을 못듣다가 듣게 되면서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ㅎ 아무튼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은 앨범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