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론 헤어만이 ACT로 자리를 옮겼다. 이 앨범은 자리를 옮긴 후 첫 앨범. 멤버도 새롭다. 올 해 캐나다에서 만났다는 크리스 토르디니(베이스), 타미 크레인(드럼)과 트리오를 이루었다. 앨범 표지나 타이틀, 그리고 수록 곡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앨범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차용하지는 않았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다채로움을 그리 표현하려 한 듯하다. 앨범에서 트리오는 너바나의 ‘Heart Shaped Box’,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와 이스라엘 전 통곡을 자작곡과 함께 연주한다.
그런데 이 트리오의 연주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E.S.T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일렉트로닉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리오의 유기적인 호흡이 만들어 내는 완전한 일체감, 상승과 하강의 극적인 곡선 등은 분명 E.S.T를 떠올린다. 분명 지그프리드 로흐가 야론 헤어만을 레이블로 데려오고자 했을 때는 E.S.T의 대체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앨범이 독일에서 어케 린튼에 의해 녹음되었다는 것도 이런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어케 린톤 하면 바로 E.S.T의 앨범을 녹음했던 인물이 아닌가. 물론 그는 아누아 브라헴 등 유럽의 많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긴 했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 그가 참여했다는 것은 적어도 의도와 상관 없이 E.S.T의 질감이 사운드에 담기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드럼에 대한 그의 믹싱은 살짝 불만이다. 볼륨이 아니라 거리감으로 소리의 세기를 조절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피아노, 베이스가 위치한 것과는 다른 공간감을 들려주니 말이다. 조금은 더 가깝게 대신 윤택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완전히 E.S.T의 판박이가 되어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