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태국을 휩쓸었던 쓰나미를 주제로 트럼펫 연주자 아비샤이 코헨은 지난 2007년 <After The Big Rain>이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그런데 아비샤이 코헨은 이것을 삼부작으로 기획했던 모양이다. 이번 앨범은 ‘Big Rain 3부작의 두 번째’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런데 메마르고 갈라진 땅을 표지로 사용했듯이 앨범은 홍수의 공포, 스펙타클한 면을 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가뭄 뒤에 찾아오는 비의 고마움이랄까? 촉촉함을 그리려 했던 듯하다. 그것이 태국의 쓰나미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앨범은 아비샤이 코헨의 트럼펫 요나탄 아비샤이의 피아노 다니엘 프리드만의 퍼커션으로 구성된 트리오로 녹음되었다. 베이스가 없는 특별한 트리오라고 할 수 있는데 리듬이 강조되지 않다 보니 앨범은 자못 명상적인 면마저 보인다. 그리고 자연의 숭고한 순환, 거역할 수 없는 힘 등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내적인 정서,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 이 앨범은 생각만큼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전체 구성상 ‘Cycles: The Sun, the Moon and the Awakening Earth’이라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 또 그렇다고 아주 시적이지도 않다. 홍수와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전체 흐름도 다소 방향을 상실했다는 느낌이다. 차라리 베이스를 넣고 드럼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요나탄 아비샤이의 피아노는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를 준다. 단순한 코드의 운용 속에 만들어 내는 긴장과 이완이 내겐 자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