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앨범이다.
현재 유러피안 재즈라는 모호한 개념이 생기기 전에 유럽은 재즈를 생산하기 보다는 수용하고 감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태도는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나 미국적 재즈 취향과 편차를 보이는 음악적 성향을 지닌 재즈인 들을 환영하고 발굴하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음악 라벨이 생기면서 음반 목록을 채우기 위해 연주자를 찾는 도중 미국에서 활동하던 연주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실례의 하나가 듀크 조던이다. 잠깐의 명성 뒤에 택시 운전사로 지냈던 그는 유럽에 체류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 앨범은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제시한다거나 연주자간의 강력한 인터 플레이를 들려주지 않는다. 다른 거대한 생각없이 듀크 조던 개인이 흥에 겨워 연주하는 듯한 성격을 띄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 앨범이 한국에서 특히나 인기가 있고-이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더욱이 재즈 입문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듀크 조던이 만들어가는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듀크 조던은 왼손 연주를 그다지 강조를 하지 않는다. 그저 미디엄 템포의 리듬을 가볍게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오른 손이 솔로를 할 때에는 베이스 음반 연주하는 정도로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런 왼손 연주의 소극적인 태도 위에 자유롭게 예쁜 멜로디를 만들어가는 오른 손이 빛을 발한다. 어떤 황홀한 테크닉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테마를 살짝 변형시키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기 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오른 손은 열중하고 있다. 함께 하고 있는 연주자들도 화려한 연주를 한다기 보다는 리듬감을 가볍게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 ‘Flight to Denmark’에서 잠시 각 연주자들의 솔로가 들릴 뿐이다.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No Problem’을 보더라도 조던이 프랑스 색소폰 연주자 바니 윌랑-조던 만큼이나 이 곡을 자주 연주했다.-과 함께 영화 <위험한 관계>를 위해 연주할 때만 해도 하드 밥의 분위기가 충만한 연주를 들려주었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가벼움, 편안함만이 존재한다. 열정보다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다른 곡들도 음악적인 분위기에 있어서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박함을 약간의 해학적인 요소를 섞어서 보여줄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한국까지 이어졌던 것이 아닌지. 실제로 이런 요소가 감상의 편안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녹음도 이 앨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사실 스티플 체이스는 유럽의 라벨 중에 가장 떨어지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라벨 중의 하나이다. 이 앨범에서도 저음역과 고음역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듀크 조던을 비롯 세 명의 연주자가 고저를 넘나드는 다이내믹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한 음역 대에 머무르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주를 들려주기에 이런 점은 오히려 음악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특별하게 인상적인 부분도 없고 어떤 흐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 그러나 싫증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앨범이다. 아마도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었기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내 첫 번째 CD였다. 구입도 아니라 선물로 생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