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존스가 첫 앨범 <Come Away With Me>로 세상을 놀라게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지난 10년간 노라 존스는 그 담백한 사운드와 달리 하나의 현상이 되어 재즈계에 대단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노라 존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식한 포크적 정서가 강한 재즈 앨범들이 유행처럼 제작되었고 이를 위해 제작자들이 유사한 신인들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냈으며 나아가 더 이상 재즈라 할 수 없는 포크 계열의 앨범들을 재즈라 부르는 일이 생기기까지 했다. 이러한 노라 존스 현상이 가능했던 것은 그녀의 첫 앨범이 너무나 큰 인기를 얻었다는데 있다. 그래서 재즈 시장이 움직였던 것이다. 아무튼 이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평가 모두가 가능하지만 노라 존스는 기존 재즈의 지평을 흔들고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그러나 노라 존스가 불러일으킨 일련의 흐름들은 말 그대로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이제 노래 존스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1급 보컬 이상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은 첫 앨범 <Come Away With Me>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 중에 노라 존스에 대한 음악적 정체성 논란이 있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 그녀는 재즈 보컬이지만 그녀의 음악은 커트리, 포크에 더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에 새로이 발매된 앨범이 이러한 그녀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게 해주지 않을까? 이 앨범은 사실 노라 존스의 새 앨범이 아니다. 적절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모음집이다.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그녀가 여러 다양한 연주자, 그룹, 보컬들의 앨범에 게스트로 참여(Featuring)한 곡들에 그녀가 스스로 다른 보컬들을 불러 함께 한 곡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곡들이 18곡이나 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랍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했던가? 아마도 국내에는 그녀가 성공하기 직전인 2001년에 기타 연주자 찰리 헌터의 앨범 <Songs From The Playground>에서 노래한 ‘More Than This’ 정도가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를 게스트로 초청한 그룹, 연주자, 보컬들의 면모다. 찰리 헌터, 허비 행콕, 더티 더즌 브라스 밴드, 그리고 레이 찰스 정도가 재즈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일 뿐 나머지는 재즈 밖에 위치한 인물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 보면 재즈 잡지에서 소개될 앨범이 아니다.) 그래도 윌리 넬슨, 돌리 파튼, 길리언 웰치 같은 컨트리, 포크 쪽 인물들과 함께 한 것은 노라 존스의 음악적 성향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다소 의외였기는 하지만 벨 앤 세바스챤 같은 챔버 팝 그룹과 함께한 것도 그럴 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푸 파이터스 같은 얼터너티브 록 그룹, Q-Tip, 아웃캐스트, 탈립 크웰리 같은 힙합, 랩퍼 등과 함께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과거 드럼 연주자 맥스 로치가 길 거리에서 무명 랩퍼 등과 협연을 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것은 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각 곡들을 들어보면 뜻밖의 만남, 의외의 조합이기는 하지만 모두 노라 존스가 참여해도 좋을 법한 자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푸 파이터즈와 함께 한 ‘Virginia Moon’의 경우 원래 푸 파이터즈의 2005년도 앨범 <In Your Honor>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그런데 푸 파이터즈는 앨범 <In Your Honor>를 2CD 구성으로 하여 한 장에는 거칠고 직선적인 록 사운드의 곡으로 채웠고 다른 한 장에는 고운 멜로디가 강조된 어쿠스틱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으로 채웠다. ‘Virginia Moon’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곡으로 노라 존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웃캐스트와 함께 한 ‘Take Off Your Cool’도 마찬가지. 2CD로 구성된 2003년도 앨범 < Speakerboxxx/The Love Below> 가운데 힙합 특유의 공격적 랩에서 벗어난 멜로디 중심의 곡들을 담고 있는 CD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역시 서정적 기타가 중심이 되어 있다. 이 외에 Q-Tip 이나 탈립 크웰리 같은 랩퍼와 함께한 곡도 힙합 사운드가 주이긴 하지만 노라 존스가 충분히 참여할만한 자리였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라 존스는 이토록 장르를 가로지르는 출연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무엇보다 재즈는 물론 팝, 록, 힙합 쪽의 인물들이 그녀의 보컬이 지닌 역량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노라 존스의 목소리에서 하나의 성격-캐릭터-를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편안한 휴식 같은 정서가 아니었을까? 한편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은 그녀 자신이 이를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자신이 마음을 다해 노래할 수 있다면 재즈이건, 록이건, 포크이건, 컨트리이건 상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앨범에는 더 리틀 윌리스, 엘 마드모 같은 그녀가 과외활동으로 참여한 그룹의 곡도 수록되어 있다. 이 그룹들 모두는 재즈와 상관 없는 포크, 컨트리, 록 계열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를 보면 노라 존스의 음악적 관심, 음악적 정체성이 재즈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생각할 수 있다.
노라 존스의 음악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적으로 재즈는 아닌데 그렇다고 음악 자체가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재즈보다는 다른 장르의 곡이 많지만 그것이 감상 자체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다양한 장르 속에서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여기저기 움직이지만 자신의 영역은 지키고 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