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재즈감상에 있어 검증된 명반이 우선적으로 그 대상이 되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명반 위주의 감상은 “~라더라” 식의 앨범에 부가된 여러 담론들을 확인하는 것에 치우치기 쉽다. 음악적 감동은 오히려 재즈의 역사를 이끌어간 명반이 아닌 주변의 흔적 없이 사라지는 앨범에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번에 소개되는 라드카 토네프의 <Fairytales>도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 앨범은 이미 20년 전에 녹음된 것이다. 게다가 라드카 토네프는 이 앨범 녹음 후 3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20년이라는 시간의 흔적과 한 여가수의 드라마틱한 삶의 마지막 시기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앨범에 담겨있는 음악들은 동화적인 느낌의 앨범 표지만큼이나 아득한 옛날 이야기 같다. 사실보다는 상상이 우선하고 그 상상이 있어야 이야기의 극적인 부분이 완성되는 그러한 옛날 이야기처럼, 라드카 토네프의 촉촉한 미성으로 불려진 노래들은 음악적으로 시비를 가리기 전에 안개처럼 은밀하게 정서를 파고든다. 그것은 바로 음악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실제 라드카 토네프는 기교보다는 전 존재를 곡 자체에 투영해 그녀가 생각하는 곡의 감성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보컬을 차분히 감싸는 스티브 도브로고즈의 맑고 청아한 피아노 역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서 함축적으로 곡에 담긴 시적인 서정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앨범의 첫 곡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한 곡만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이 연출하는 시적인 사운드는 일견 그 순수한 맛에 차갑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공기가 차가워 저절로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무엇을 갈구하게 되는 요즈음 같은 시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앨범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