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크리스티안 발룸뢰드는 ECM 레이블의 새로운 피아노 연주자 가운데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그는 ECM을 대표하는 키스 자렛의 라인에 위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주 이전에 작곡하고 사운드를 조율하는 리더의 역할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 아르베 헨릭센 대신 아이빈트 뢰닝을 트럼펫 연주자로 맞이하긴 했지만 2007년도 앨범 <The Zoo Is Far>의 육중주단 편성을 이어간 이 앨범에서 그는 지난 앨범에 이어 재즈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재즈의 경계를 멀리 확장하고 나아가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앨범은 재즈 외에 스카를라티의 바로크 음악, 현대 음악, 북유럽의 민속 음악, 교회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가로지른다. 그렇다고 그가 이런 음악들을 하나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융합하고 함께 한 연주자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창출한다. 그것은 개별 곡보다 앨범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데 즉흥성을 뛰면서도 모든 것이 잘 계산된 듯한 첫 곡 ‘Solemn Mosquitoes’을 시작으로 첫 곡의 반복적 의미를 지닌 ‘Mosquito Curtain Call’에이어 크리스티안 발룸뢰드 자신의 잔잔한 피아노 솔로 연주인 ‘Solo’로 마무리되는 18곡의 흐름을 따라 가면 명과 암, 긴장과 안정이 어우러지며 부단히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음을 경험할 것이다.
Fabula Suite Lugano – Christian Wallumrød (E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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