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트롬본 연주자 다니엘 카시미르의 앨범이다. 사실 나는 그를 줄리앙 루로 등의 앨범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그다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앨범 타이틀 때문이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각각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죽음의 신을 의미하지만 현재는 더 나아가 프로이드가 구분한 두 가지 인간의 충동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에로스는 종족 보존 욕구를 통한 생존본능을 의미하고 타나토스는 죽음을 통한 자기 파괴의 본능을 의미한다. 이런 흥미로운 대립항을 앨범 타이틀로 하고 있으니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앨범은 ‘Music For String Quartet & Jazz Ensemble’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 피아노와 드럼이 없는 관악기와 기타가 중심이 된 재즈 앙상블과 에벤느 스트링 퀄텟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도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난 후의 내 느낌은 기대 이하다. 개인적으로 재즈 앙상블과 스트링 퀄텟이 어느 한 쪽의 본능을 대표하면서 강한 대조효과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형식적이라 생각했는지 다니엘 카시미르는 보다 복잡한 어울림을 추구한다. 그런데 전체 사운드가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두 앙상블의 겹침과 펼쳐짐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특히 작곡이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적절한 동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편곡과 연주로 이를 해결하려 하다 보니 다소 김빠진 맥주처럼 되었다. 조금 더 소리를 줄였더라면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서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던가. 모르겠다. 불과 3,4년전에 이 앨범을 들었다면 나는 이 앨범에 보다 후한 생각을 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즈음 느끼는 것은 새로운 시도, 내면적 깊이의 추구와 현학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앨범은 다소 현학적이다. 아나 현학을 너무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