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 브리지워터가 빌리 할리데이를 추모한다. 아마도 빌리 할리데이의 사망 50주기를 기념하며 녹음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빌리 할리데이는 1959년 7월에 세상을 떠났고 이 앨범은 2009년 7월에 녹음되었다. 그 동안 디디 브리지워터는 엘라 핏제랄드, 호레이스 실버, 쿠르트 바일 등을 주제로 한 앨범을 녹음했고 이 앨범들은 모두 높은 평가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므로 그녀가 레이디 데이에 대한 헌정을 생각한 것은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녀가 재즈 보컬로 정체성을 확립하게 한 데에 1980년대 말 빌리 할리데이를 주제로 한 뮤지컬 <Lady Day>에서의 주연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서야 빌리 할리데이를 상기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당시에는 그럴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당시 빌리 할리데이에 대한 추모 앨범을 녹음했다면 하나의 아류, 모방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빌리 할리데이가 그녀의 노래에 영향을 주었다는 뜻. 실제 이 앨범에서 그녀가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하는 방식은 상당히 대담하기까지 하다. 빌리 할리데이 하면 떠 오르는 슬픔을 그녀는 과감히 축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노래에 불어넣는다. 그 과정에서 엘라 핏제랄드의 느낌마저 든다. 여기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과감함은 빌리 할리데이의 시간을 현재로 옮기려는 의도를 나타낸다. 즉, 빌리 할리데이가 말년에 쉰 목소리로 슬픈 노래를 하기 직전의 시간을 오늘에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카터 등의 역동적인 세션을 아래에 둔 색다른 빌리 할리데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빌리 할리데이의 슬픔을 기대한다면 이 앨범은 의외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실 빌리 할리데이의 슬픔은 그녀의 삶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이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디디 브리지워터도 마지막에 빌리 할리데이의 대표 곡 가운데 하나인 ‘Strange Fruit’을 빌리 할리데이처럼 눈물 흘리듯 노래한다. 그러나 그 맛은 빌리 할리데이만 못하다. 무대에서 관객을 집중하게 했던 빌리 할리데이의 아우라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반적으로 과감하고 현대적인 빌리 할리데이에 집중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