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Leaving – Paul Desmond featuring Jim Hall (RCA Victor 1966)

PD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멤버로 <Time Out>앨범에서의 ‘Take 5’를 연주로 잘 알려진 폴 데스몬드는 그렇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연주 스타일 면에서 비슷한 스탄 겟츠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 재즈의 진지함을 우선으로 했던 풍토도 한 몫했다고 본다. 그리고 폴 데스몬드는 개혁자적인 면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이런 점들이 폴 데스몬드에게 어느 정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폴 데스몬드에게도 최고의 황금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가 바로 이 앨범을 녹음할 무렵이었다. 이 때는 스탄 겟츠가 가져온 보사노바 열풍에 갈수록 편안하고 무드있는 방향으로 흐르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바로 이 때 약 5년간 폴 데스몬드는 비슷한 풍의 앨범을 여러 장 발표하게 된다. 이 시기의 앨범들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런데 이 앨범은 표지에서 재미있는 문제를 던진다. 음악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아주 재미있다. 뭐냐 하면 앨범의 앞 표지에는 ‘Easy Living’이라는 음악에 걸맞은 타이틀이 적혀있으면서 뒤 표지에는 ‘Easy Leaving’이라는 다른 제목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일상에서 떠나기로 해석할 수도 있기에 감상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래도 진짜 앨범의 타이틀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수록곡 중에 ‘Easy Leaving’이라는 곡이 있는 것으로 보아 ‘Easy Leaving’이 맞는 듯한데 음반 해설에서는 ‘Easy Living’을 사용하고 있다. 판단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폴 데스몬드의 알토 색소폰을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음색이 안개같다는 것이다. 소리의 경계가 모호하게 바람처럼 불어오는 색소폰 소리는 무척이나 달콤하다. 그리고 그 바람은 훈풍이다. 쿨 재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푹신함, 서정성. 그래서 정말 이 앨범의 제목처럼 편안한 삶을 느끼게 한다. 이런 소리는 다른 색소폰 연주자들은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단번에 폴 데스몬드를 인식하게 하는 특징으로 작용한다.

이 시기에 폴 데스몬드는 기타연주자 짐 홀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피아노가 아닌 기타를 자신의 편성에 포함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피아노에 의해서 폴 데스몬드의 안개같은 색소폰이 가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짐 홀의 연주 역시 이 앨범에서는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연기같다.

이 앨범에서 듣게 되는 곡은 거의 모두가 잘 알려진 스탠더드이다. 그래서 듣는 데도 이런 저런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연주자들은 오버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때우듯이 편안하게 연주를 할 뿐이다. 이런 연주는 일부러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을 필요가 없다.

한가지 이 앨범의 달콤함을 거북하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녹음방식이다. 베이스와 드럼을 가운데에 놓고 짐 홀의 기타를 왼쪽에 데스몬드의 색소폰을 오른쪽에 배치를 했는데 두 연주자의 균형이 깨지면 아주 듣기에 거북하다. 마치 테니스 공을 따라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관객이 된 기분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들을 때는 두 개의 스피커를 붙여서 듣거나 아니면 아예 두 스피커의 가운데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음악을 듣는다. 사실 이런 녹음을 한 이유는 라이브, 스테레오 효과를 인위적으로 살리려고 한 것인데 영상이 없으면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왜냐하면 영상이 첨가된다면 데스몬드의 색소폰이 오른 쪽에서만 연주되더라도 시청각의 주관성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에만 스피커가 달린 모노 텔레비젼을 볼 때도 우리는 화면의 한 가운데서 소리가 나는 착각을 느끼지 않는가? 그러나 저음역대를 강조한 녹음은 기타나 색소폰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적절했다고 본다. 베이스를 줄이고 트레블을 올려서 들으면 음악이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냥 일상을 잊고 한잔의 가벼운 술과 함께 표지의 미녀가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앨범만큼 그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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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멤버로 <Time Out>앨범에서의 'Take 5'를 연주로 잘 알려진 폴 데스몬드는 그렇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연주 스타일 면에서 비슷한 스탄 겟츠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 재즈의 진지함을 우선으로 했던 풍토도 한 몫했다고 본다. 그리고 폴 데스몬드는 개혁자적인...Easy Leaving - Paul Desmond featuring Jim Hall (RCA Victor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