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주자 아비샤이 코헨은 칙 코리아, 다닐로 페레즈 등의 선배 연주자들과 함께 하면서 뉴욕 재즈계에서 주목 받았다. 그리고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여년간 리더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뉴욕은 물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최고의 포스트 밥 베이스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재즈의 명가 블루 노트 레이블과 계약할 수 있었다.
사실 블루 노트 레이블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이전까지 그가 들려주었던 포스트 밥 사운드, 재즈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꾼 사운드를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들려주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와는 정 반대였다.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녹음한 두 앨범 <Aurora>(2009), <Seven Sea>(2011)를 통해 그는 자신의 고향 이스라엘의 음악적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것도 노래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 무렵 그가 뉴욕 생활을 접고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간 것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비록 일년 중 여러 날을 해외에서 공연하는데 바치고 있지만.)
블루 노트에서의 이번 세 번째 앨범도 그의 이스라엘 생활에 기인된 음악을 담고 있다. 자신의 집 근처에 위치한 한 재즈 클럽의 오후 공연에서 니타이 헤르코비츠라는 약관의 무명 피아노 연주자에 매료된 나머지 그와 듀오로 이번 앨범을 녹음한 것이다. 과거 칙 코리아를 멘토로 성장했던 그가 이번에는 고향의 후배 연주자에게 멘토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전 두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은 재즈의 전통적인 색채를 가장 잘 반영한 연주를 들려준다. 부드럽게 스윙하면서 서정적 멜로디를 쏟아 내는 피아노와 다른 어느 때보다 베이스 연주자로 자신의 기교를 드러내는 베이스와의 편안하고 정겨운 대화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콜 포터의 All Of You, 델로니어스 몽크의 Criss Cross, 그리고 코헨의 이전 앨범 <Continuo>에 수록되었던 자작곡 Calm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색다른 편곡 솜씨를 보여주기도 한다. 두 연주자가 재즈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내적인 교감을 보여주게 된 데에는 신예 피아노 연주자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려는 아비샤이 코헨의 의도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실제 앨범에 담긴 피아노 연주는 20대 초반의 것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숙성된 매력을 발산한다.
물론 피아노 연주자를 배려했음에도 귀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명료한 베이스 톤이긴 하다. (앨범 표지의 구도가 이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화가 불균형 하다는 것은 아니다. 두 연주자의 대화의 내용이나 진행은 듀오 연주의 기본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이후 정겨운 듀오 앨범으로 꾸준히 언급될 앨범으로 남지 않을까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