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자 폴 모션을 기리는 앨범이다. 러스 로싱은 폴 모션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녹음한 모양이다. 실은 이 앨범은 고인의 8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녹음되었다. 하지만 발매 전 드럼 연주자는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이 앨범은 본의 아니게 헌정 앨범이 되었다.
그런데 앨범을 들어보면 헌정앨범의 성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진지하기 때문이다. 앨범 타이틀로 보면 왠지 드럼이 들어간 편성으로 녹음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는 이 앨범을 솔로로만 녹음했다. 그래서 작곡가로서의 폴 모션을 조명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공간적인 여백과 긴장,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시정을 표현하면서도 익숙함을 벗어나는 연주 안에서 드럼 연주자로서의 폴 모션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텔로니어스 몽크적인 맛도 느껴진다.) 사실 폴 모션이 드럼 연주에 있어서도 질감 표현에 더 집중했었기에 그냥 정적인 연주만 펼쳤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로 드럼 솔로와도 같은 연주를 펼쳤기에 이 앨범이 훨씬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 ‘Last Call’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앨범에서 가장 서정적이라 할 수 있는 곡이면서도, 멜로디가 가장 선명한 곡이면서도 침묵을 통해 멜로디를 확장하고 감상자 스스로 그 여백 사이에 긴장의 리듬을 넣게 하고 있기에 다른 어느 곡보다 입체적인 맛이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