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나 드럼 같은 악기는 사운드의 제일 아래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악기가 리더가 되어도 특별한 실험이 아닌 이상 그 역할을 포기하면 안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유명 베이스 연주자들은 자신의 앨범에서도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스 연주자 이철훈의 첫 리더 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이 앨범에서 그는 베이스 연주자의 기본에 충실한다. 사운드의 한 가운데서 무게 중심을 잡고 보다 전면에 위치한 피아노나 색소폰을 지원하고 감싼다. 물론 곡에 따라 솔로 연주자로써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순간도 있다. 아예 ‘Omithology’같은 곡에서는 짧지만 강렬하게 홀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더구나 기본에 충실한 나머지 그의 연주가 단순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도 아니다. ‘Omithology’처럼 홀로 짧지만 강렬한 솔로를 펼치는 곡도 있지만 그의 뛰어남은 그의 뛰어남은 사운드의 기저에서 육중하고 둔탁한 톤으로 사운드의 긴장을 조절하고 솔로 연주의 방향을 충동하고 반응하는데 있다. ‘Day Dream’이나 ‘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같은 곡들이 그 좋은 예이다. 한편 리더가 자기 중심으로 연주를 펼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켄지 오매(색소폰), 데이비드 버크먼(피아노), 그리고 신동진 혹은 이상민(드럼)이 보다 많은 자유와 공간을 획득하고 민주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