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데이비드 산체스의 음악에 대해 한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조슈아 레드맨, 제임스 카터, 마크 터너 등과 함께 잠시 앨범을 챙겨 들었지만 2000년대 이후 나도 모르게 관심을 접었다. 아마 라틴적인 색채를 사운드에 넣는 그의 음악 스타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어떤 포스트 밥의 핵심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에 그를 다른 동료 연주자들과 다르게 보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모처럼 들은 이번 앨범은 상당히 신선하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주 세밀하게 길을 만들어 놓은 작곡과 화려한 연주 실력에 빠져 듣는 내내 기분이 새로웠다. 그러나 ‘문화적 생존’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곡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미국에 노예로 끌려와 살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에 관한 서사를 더 멋지게 표현하려 했다면 흑인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울에 더 집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에게 정규 밴드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정치한 진행을 보이고 있기는 한데 뭐랄까……데이비드 산체스 자신을 제외하고는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가 다소 밋밋한 느낌, 전형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밴드가 즐기는 연주를 했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