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누아 델벡의 음악은 늘 신선하다. 긴장을 극한으로 몰아가면서도 여유가 있다고 할까? 이번 앨범은 그동안 브누아 델벡이 선보인 앨범 가운데 가장 대중적-상대적으로-이며 대형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적이라 함은 텍스트로 듀크 엘링턴을 선택했다는 것 때문이다. 자작곡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듀크 엘링턴의 그늘 아래서 무언가를 하려 했다고 예상하면 안 된다. ‘Caravan’, ‘Take The A Train’같은 곡을 연주하는 대신 그는 백작의 후기에 해당하는 50년대 이후의 곡들을 골랐다. ‘Portrait of Mahalia Jackson’, ‘Diminuendo and Crescendo in blue’, ‘Goutelas Suite’같은 곡들이다. 이 곡들을 그는 작곡가,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듀크 엘링턴을 존중하면서도 편곡자인 브누아 델벡을 강력히 집어 넣어 새로이 했다. 그 새로움은 스윙을 펑크나 리듬 & 블루스로 바꾸거나 섹션의 겹침과 펼쳐짐에 현대적 긴장을 불어 넣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미국 미네아폴리스와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두 개의 밴드를 가지고 앨범을 녹음했다. 그 가운데 미국 세션이 상당히 의외로 다가온다.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에 가까운 그의 성향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마이클 블랜드, 브라스 섹션 Hornheads 등 평소 프린스, 아레사 프랭클린 등의 세션을 담당한 연주자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클 블랜드는 미셀 포르탈과 함께 한 경력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기용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것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Portrait of Wellman Braud’, ‘Art O’ Clock Rock’ 같은 곡이 펑키하고 소울적인 곡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빅 밴드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다.
파리 세션은 피아노 연주자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장 자끄 아브넬, 스티브 아르겔, 앙토넹 트리황 그리고 토니 코, 토니 말라비 등이 함께 했다. 이들과 함께 그는 총체적인 움직임-날렵한- 속에서 화려한 개인들의 솔로가 조화로이 빛나는 현대적인 밴드 음악을 들려준다. 포스트 밥 혹은 아방가르드 듀크 엘링턴이랄까?
한편 이 두 편성에서도 공간을 파고들며 상상의 음으로 보이싱을 하는 듯한 그의 피아노는 여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굳이 ‘Fontainebleau Forest’같은 솔로 곡을 언급하지 않아도 전 곡에서 그의 피아노는 적재적소에서 매력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