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서 보통 스탠더드라 부르는 곡들은 1930,40년대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영화나 뮤지컬 음악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인기 곡들을 재즈 연주자들이 저마다 연주하게 되면서 재즈의 기본을 이루는 곡이 되었다.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을 스탠더드라 불렀던 것은 말 그대로 그 곡들이 연주의 기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연주자마다 자신의 개성을 부여한다고 이래저래 곡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 되니 연주자간의 차이를 비교할 기준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도 스탠더드 곡들은 재즈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즈가 대중 음악의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스탠더드 곡들의 역할은 과거와 달라진 듯하다. 잘 알려진 곡이어야 할 스탠더드 곡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비 행콕 같은 연주자는 일찌감치 앨범 <The New Standard>(1996)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 시대에 맞는 스탠더드 곡들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브래드 멜다우나 배드 플러스처럼 재즈 외에 록이나 팝을 들으며 성장한 새로운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록, 팝의 히트 곡들을 재즈로 연주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 연주는 새로운 부대에 담긴 술만큼이나 신선했다.
로건 리차드슨(색소폰, 플루트), 월터 스미스 3세(클라리넷, 색소폰), 매튜 스티븐스(기타), 제랄드 클레이튼(건반), 크리스 보워즈(펜더 로즈), 벤 윌리엄스(베이스), 자마이어 윌리엄스(드럼) 등 현재 미국 재즈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7인조 그룹 넥스트 콜렉티브의 첫 앨범도 이러한 흐름에 놓인다. 이 앨범은 그 타이틀이 의미하듯 널리 알려진 곡들을 연주한 것이다. 그런데 그 레퍼토리의 면모가 자못 흥미롭다. 리틀 드래곤(Twice), 제이 Z와 카니예 웨스트(No Church In The Wild), 디안젤로(Africa), 너드(Fly Or Die), 펄 잼(Oceans), 스테레오 랩(Refractions In The Plastic Pulse), 드레이크(Marvins Room), 미셀 엔디지오첼로(Come Smoke My Herb), 본 아이버(Perth), 디도(Thank You) 등 팝, 힙합, 록, R&B 등의 히트 곡, 그것도 장르적 개성이 강한 곡들을 연주한 것이다.
그룹의 연주는 레퍼토리보다 더욱 흥미롭다. 그룹은 단순히 원곡의 테마를 재즈의 틀 안으로 옮겨와 코드 전개에 바탕을 둔 솔로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원곡을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이의 곡을 마음껏 연주하는 것이 익숙한 재즈 연주자들이 앨범 타이틀을 ‘Cover Art’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팝 음악에서 ‘커버’라는 표현은 원곡을 새롭게 하는 의미 뒤로 모방 혹은 유사함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던가? 따라서 재즈의 틀 안에서 단순히 새로운 테마를 연주하는 차원이 아니라 곡의 기본 구조와 흐름을 고려하고 이를 최대한 살리면서 연주하는 것이 그룹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그룹에겐 편곡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실제 그룹의 편곡은 원곡의 구성을 악기별로 배분하고 이를 통해 원곡의 분위기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Oceans’, ‘Perth’같은 곡이 좋은 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즈를 희생한 것도 아니다. 편곡에서 원곡을 존중했다면 연주는 이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연주를 펼친다. 그래서 재즈만의 매력인 다름을 통한 새로움의 창조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한편 최근 시도되는 팝이나 록을 재즈로 연주하는 시도의 상당수는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일렉트로닉스 등 재즈에서 흔하지 않은 방식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 그룹은 그렇지 않다. 브라스와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곡의 속도와 긴장을 조절하는 리듬 섹션을 기본 그대로 유지한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맛이 나는 것은 역시 원곡의 현대성과 이를 이해한 연주자들의 연주력에 있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하는 다른 연주자들에게 모범이 될만하다. 원곡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커버의 예술(Cover Art)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