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밴드의 매력은 모든 연주자들이 행과 열을 맞추어 행진하는 장병들처럼 일사분란하게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데 있다. 그렇기에 빅 밴드 연주는 연주자 개인의 개성보다 그 개성들의 합이 만들어 내는 총체적 사운드가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러다보니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픈 욕망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비밥의 탄생 이면에는 꽉 짜인 빅 밴드 연주에 대한 연주자들의 싫증이 자리잡고 있지 않던가? 또한 비밥처럼 빅 밴드의 집단성을 부정하는 듯한 혁명적 자세를 취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위해 소규모 밴드 활동을 시도한 연주자들도 적지 않다. 베니 굿맨,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같은 빅 밴드의 리더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가운데 카운트 베이시는 빅 밴드를 이끌면서도 상당히 많은 수의 소규모 콤보 연주를 즐겼다. 캔사스 시티를 중심으로 활동할 무렵, 그러니까 뉴욕에 입성하기 전부터였으니 매우 오래 전부터라 할 수 있겠다. 앨범의 경우 1954년에 섹스텟 앨범을 녹음한 이후 한동안 빅 밴드 앨범에 집중하다가 1962년부터는 20장 이상의 앨범을 녹음했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담고 있는 앨범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 셉텟 앨범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카운트 베이시 빅 밴드는 1952년 재 결성된 이후 정상의 인기를 누리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다. 1962년만 해도 라이브 앨범 포함 넉 장의 앨범을 녹음할 정도였다. 이러한 바쁜 상황이 카운트 베이시에게 차분하고 정돈된 시간을 요구했을까? 그는 갑작스레 밴드의 멤버 가운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기타 연주자 프레디 그린을 비롯하여 7명을 따로 불러 이틀에 걸쳐 앨범을 녹음했다. (이 가운데 프랑크 웨스와 프랑크 포스터는 각각 하루만 녹음에 참여했다.)
그런데 셉텟 녹음을 하면서 카운트 베이시는 커다란 음악적 변화를 꿈꾸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편성은 바뀌었지만 편곡은 빅 밴드와 마찬가지로 각 악기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움직임 가운데 연주자들의 솔로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섬세한 편곡을 바탕에 깔고 있긴 하다. 그렇기에 이 앨범에서도 카운트 베이시는 밴드의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래서일까?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빅 밴드 사운드와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경쾌하게 흔들리는 스윙감은 이 셉텟 연주에서도 여전한 기본으로 작용한다. 하긴 카운트 베이시의 음악은 유쾌함과 가뿐함이 매력이 아니던가? 마치 나비가 살랑거리듯 사뿐사뿐 흔들리는 카운트 베이시의 피아노와 에릭 딕슨과 프랑크 포스터의 색소폰의 솔로가 중심이 된 앨범의 첫 곡 ‘Oh Lady Be Good’은 카운트 베이시의 매력은 물론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를 대변한다.
한편 기본적으로 빅 밴드를 축소하고 무게를 줄였다고 해서 단순히 빅 밴드 사운드의 색다른 재현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빅 밴드에서는 맛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 또한 보인다. 여기에는 이 앨범이 1962년, 그러니까 빅 밴드의 주 무대인 스윙 시대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시기에 녹음되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 1952년부터 빅 밴드가 얻었던 높은 인기는 스윙을 간직하면서도 R&B같은 당대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맞추어 카운트 베이시는 셉텟 연주에서도 시대적인 환경을 반영했다. 그것은 바로 물 재즈적인 감성을 넣는 것이었다. 글쎄. 이것이 카운트 베이시의 의도였는지는 나도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애초에 쿨 재즈가 비밥의 복잡한 성격을 완화하면서 스윙 재즈 시대의 편곡 방식을 새로이 적용했음을 생각하면 카운트 베이시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이 셉텟 앨범에 쿨 재즈적 특성이 담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쿨 재즈적 특성은 플루트의 적극적인 사용에 있다. 색소폰에 비해 점성질이 덜한 이 악기는 그 특성상 쿨 재즈적인 맛이 강하다. 그런데 이 악기가 이 셉텟 연주에 적극 사용된 것이다. 실제 ‘Senator Whitehead’, ‘What’cha Talkin’?’ 같은 곡에서 에릭 딕슨과 프랑크 웨스의 플루트 연주는 곡 전체의 산뜻한 맛을 살리면서 이 앨범이 스윙 시대만큼이나 쿨 재즈에 빚을 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실 나는 전체를 압도하는 스윙감과 카운트 베이시의 30년대 스타일의 피아노를 폭 넓게 이해한다면 이 앨범을 쿨 재즈 앨범이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으로 쿨 재즈가 스윙 시대에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 이 앨범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이 사운드는 카운트 베이시로서는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모던함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빅 밴드 스윙 재즈를 대표하는 그로서는 아무리 여가 활동처럼 녹음한 앨범이었다 해도 완전히 자신의 색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카운트 베이시는 빅 밴드의 리더로서만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 셉텟 연주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앨범은 카운트 베이시가 소편성 연주에서도 리더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이 또한 그의 활동 가운데 독자적인 하나의 길을 형성함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이 앨범을 숨은 명반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