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더글라스는 다작을 하면서도 실망시킴이 없이 매번 일정 이상의 만족을 보장하는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질린다거나 뻔한 앨범들은 찾기 힘들다. 이것은 그 자신의 음악적 사고가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사고에 따라 적절하게 그 표현 방식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글라스의 활동은 시간적인 구분을 따르지 않는다. 수평적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현대성을 유지하면서 마치 데이브 더글라스의 자아가 하나가 아닌 듯 여러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펼쳐진다. 그 중 타이니 벨 트리오는 최소의 단위로 최대의 음악적 표현을 시도하는 편성이다. 그리고 이 앨범 역시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연주들이 담겨 있다.
트리오로서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 앨범은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다. 테마가 있고 그 테마를 연장하는 솔로가 있고 다시 테마의 반복이 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유지한다. 편성의 단출함, 베이스의 부재라는 편성의 불완전성-어쩌면 일부러 이런 편성을 기획하지 않았을까?-을 고려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각 연주자의 개인적 성격이 비교적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 사운드를 위해 상당한 인터 플레이를 펼쳐 나간다. 무엇보다 세 악기 어느 하나도 일반적인 자기 기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모두가 비어있는 공간을 보완하려는 복합적인 연주를 펼쳐 나간다. 데이브 더글라스의 경우 테마의 제시와 연장으로서의 솔로가 끝나면 곧바로 브래드 쉐픽의 기타 뒤로 가서 베이스의 역할을 수행한다. 브래드 쉐픽 역시 데이브 더글라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 이 두 연주자가 서로 주고 받는 경우 의외로 짐 블랙의 드럼이 리듬 파트 전체를 책임지고 나간다. 이런 상호 보완적인 연주는 필연적으로 다른 연주자에 대한 빠른 반응을 전제로 하는데 세 연주자는 이 요구를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솔로와 반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기에 솔로에 있어서도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부분적이지만 짐 블랙의 드럼까지도 말이다.
한편 유기적 상호 연주 외에 이 앨범의 또 다른 신선함은 앨범 전체에 깔려 있는 동유럽 전통음악의 분위기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데이브 더글라스가 동유럽의 민속음악에 흥미를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클레즈머 음악의 연장으로 동유럽 민속음악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인데 이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앨범은 월드 뮤직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그저 단순한 분위기 차용을 벗어나 형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정작 앨범에 동유럽 전통 곡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프랑스 샹송, 슈만의 클래식 곡등이 데이브 더글라스의 편곡에 의해 다른 곡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여기에 테마를 풀어 나감에 있어서 분위기의 역설적 반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즉, 테마가 주는 느낌 속에는 일종의 회한이 담겨 있는데 이것을 해학과 유쾌함 가득한 솔로로 연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 점은 더글라스의 또 다른 편성 <Charm Of The Night Sky> 퀄텟과 음악적 근간을 같이 하면서도 이 트리오를 다르게 정의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역설적인 표현은 앨범 전체에 동유럽 전통 음악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음에도 결코 연주에 있어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된다. 즉, 적절하게 연주자 자신의 스타일과 접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표현 방식 어느 것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는 경우가 없다. 테마에서는 충실하게 동유럽의 분위기를 존중하면서도 솔로에서는 자신들의 연주 방식을 잃지 않는 진행을 보여준다. 이것이 이 트리오가 지닌 힘이자 장점이다.
현재, 재즈는 그 어느 시대보다 새로움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담론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자기 안에 갇혀 시도에 머무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 와중에 확실한 자기 주장과 그를 음악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는 데이브 더글라스를 오늘의 스타일리스트로 삼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 부분적인 예가 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