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쟝 필립 비레의 첫 번째 앨범은 어찌 보면 좀 늦은 감이 있다. 사실 그가 아주 커다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스테판 그라펠리, 리 코니츠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들과의 협연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첫 앨범을 기다리도록 했다. 그리고 이번 첫 앨범은 그만이 지닌 신선함과 음악적 탄탄함이 잘 어울려 있다.
작곡을 보면 정통 재즈 이디엄 속에 클래식적인 요소를 양념으로 살짝 섞어놓았다는 것이 묘미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편안한 분위기만을 고집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단지 솔로 프레이징의 자율성이 아닌 미리 반전을 주는 터닝 포인트의 설정으로 드라마티제를 시도하여 화려한 색채감을 얻어내고 있다. 그리고 세 연주자들은 각자의 공간을 분할하지 않고 하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좁게 사용하여 연주자간의 유기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매우 탄탄한 사운드다. 여기엔 약간 건조함을 강조한 믹싱의 도움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런 방식은 연주자 개인의 자율성을 깨뜨릴 수 있은 위험이 있겠는데 그래서 쟝 필립 비레는 트리오의 성격을 약간 변형시켰다. 전체 사운드의 균질감을 유지하는 악기로 드럼을 선택한 것이다. 앙트완 방빌은 약간 뒤에 서서 베이스와 피아노를 감싼다. 그렇게 해서 베이스는 거의 피아노와 대등한 위치에서 피아노와 다양한 인터 플레이를 구사한다. 쟝 필립 비레의 베이스가 갖는 특징은 아르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로의 상당을 아르코 주법으로 이끌어 나간다.
한편 이 앨범에서 새로운 피아니스트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에두아르 페를레는 이번에 처음 들어보는 것이지만 화려한 왼손과-가끔씩 곡에 산만한 느낌을 주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오른손 프레이징이 매우 인상적이다. 쟝 필립 비레가 그를 위해 곡들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이성적인 면이 강한 작곡과 그 전체 극적인 구성과 달리 매 순간 직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연주의 대비와 조화가 잘 드러나는 앨범이고 이것이 쟝 필립 비레 트리오가 지닌 장점이자 우리가 주목해야 (Consideration)할 이유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