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ECM 레이블에서 발매된 키스 자렛의 앨범들 가운데에는 CD가 아니라 LP로만 감상이 가능한 앨범이 몇 있었다. 1976년에 녹음된 솔로 오르간 앨범 <Hymns/Spheers>같은 앨범이 그랬다. CD로는 <Spheers>만 발매되었기에 온전히 앨범 전체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꼭 LP를 구입해야 했다. 이 앨범은 다행히 지난해 CD로 전체가 재 발매되어 LP를 모르는 감상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 앨범 <Concert>도 cd로 재 발매되어야 했던 앨범이었다. 1981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즈와 독일-당시는 서독-뮌헨에서의 공연을 담은 이 앨범은 원래 3장의 LP박스 세트 앨범으로 발매되었다가 CD로는 브레겐즈 공연만을 담아 발매되었다. 그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무튼 그 결과 이 앨범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LP를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결과 이번 재 발매 앨범을 기존 브레겐즈 콘서트에 비슷한 시기에 녹음되었던 미공개 콘서트 녹음을 추가한 것으로 이해하는 감상자도 많을 것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키스 자렛은 넘치는 상상력과 에너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솔로 콘서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이동일을 포함 며칠 간격으로 공연을 하곤 했다. 그 가운데 1981년 5월 28일 브레겐즈에서 공연을 하고 5일 뒤인 6월 2일 뮌헨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 이틀의 공연은 이전의 <Solo Concert>, <Köln Concert>, <Sunbear Concerts>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보였다. 이 두 공연에서도 역시 그는 기존 자신의 모든 음악적 자양분을 쏟아 넣어 순간의 감흥을 따라 한 시간 가량의 연주를 거침없이 펼쳐나갔다. 그것은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짓는 것-그럼에도 탄탄한 구조를 지닌-과 같았다. 즉흥적으로 눈앞에 펼쳐진 음악적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자신을 절제하며 그것이 상상을 위한 상상, 기교를 위한 기교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모든 즉흥 연주가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말하려는 듯 신음과 발짓은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이러한 연주는 3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며칠 사이에 있었던 공연임에도 두 연주사이에 확연한 차이를 생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아가 짧은 단위의 즉흥 연주로 이루어지는 최근의 솔로 콘서트와 비교해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는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뭰헨 콘서트가 주는 감동이 브레멘 콘서트보다 더 큼을 생각하면-또한 앵콜 곡 ‘Mon Coeur Est Rouge(내 마음이 붉어요)’가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음을 생각하면, 지난 녹음보다 현재의 녹음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이례적인 결정에 감사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