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니 카라인드로우는 그리스 출신의 작곡가로 영화와 연극을 위한 음악을 많이 만들어왔다. 특히 그리스 영화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음악이 유명하다. 그 가운데 1988년에 만들어진 <안개 속의 풍경>의 영화 음악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유럽의 민속적 요소와 약간의 재즈적인 맛을 가미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하나의 사진을 설명하듯 간결할 때 더욱 매력적이다. 그녀의 음악을 결정짓는 요소의 하나인 회색 빛 우울이 감정을 건드리는 순간 훌쩍 사라지듯 끝이 난다고 할까?
이 앨범은 지난 2010년 11월 아테네의 대형 콘서트 홀인 메가론 홀에서 있었던 공연을 정리한 것이다. 역시 <안개 속의 풍경>을 비롯하여 <율리시스의 시선>, <시간의 먼지>, <영원과 하루> 등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여섯 편에 사용된 음악을 중심으로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세일즈맨의 죽음>, <유리 동물원>같은 연극을 위해 만든 음악들이 연주되었다.
연주는 엘레니 카라인드로우 본인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카메라타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 킴 카쉬카시안의 비올라, 얀 가바렉의 색소폰, 반겔리스 크리스토풀로스의 오보에가 등장해 솔로를 펼치는데 모두 스튜디오 녹음만큼이나 빈틈이 없다. 작곡가가 상정한 이미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하지만 레퍼토리가 영화 별로 나뉘지 않은 것을 보면 기존 곡들을 연주하면서도 그 안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려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중간에 박수소리가 제거되고 짧은 곡들이 바로 연결되었는지도. 이런 이유로 이 앨범은 엘레니 카라인드로우의 영화와 연극 음악을 단순 조망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를 감상자 스스로 만들게 한다. 그것도 비감(悲感) 가득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