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트럼펫 연주자 톰 하렐의 이번 앨범은 작곡보다 편곡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편성이 편곡을 결정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 앨범에서 트럼펫 연주자가 사용한 편성에는 피아노가 없다. 그런데 피아노를 제외함으로써 코드의 제약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톰 하렐은 코드를 포기하려 한 것 같지는 않다. 그의 트럼펫을 중심으로 웨인 에스코프리의 테너 색소폰, 잘릴 쇼의 알토 색소폰이 단순 리프를 반복하면서 코드에 가까운 울림을 내거나 여기에 두 명의 베이스 연주자 우고나 오케그워와 에스페란자 스팔딩을 기용해 보다 촘촘하고 두터운 사운드를 만들어 낸 것이 그렇다. 그 결과 피아노의 부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동시에 자유로운 솔로만큼이나 단단하게 뭉친 그룹 연주가 매력적인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한편 수록곡의 상당수는 라틴적인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라틴 재즈로 분류하기에는 어려운, 그래도 포스트 밥에 해당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것은 라틴 리듬 대신 라틴 음악의 화려한 색채감을 사운드에 이식하려 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라틴적인 색채감은 이 수학적으로 잘 고려된 듯한 사운드에 부드러움을 부여하며 감상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아! 그리고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보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다른 어느 앨범에서 맛볼 수 없었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녀가 아니었다면 사운드의 매력은 절반 이하로 반감될 수도 있었겠다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