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은 지금까지 앨범마다 변화를 주면서 그녀 안에 내재된 다양한 음악 욕구를 순차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래서 우리는 앨범에 따라 재즈 디바처럼 스탠더드를 노래하고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블루스를 노래했으며 힘을 뺀 담백한 창법으로 도시의 삶을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그녀의 변화들이 당혹스럽거나 반대로 확 튀지 않았던 것은 모든 것을 소화하는 특유의 허스키 보컬이 지난 아우라 때문이었다. 게다가 스타일과 상관 없이 그녀의 노래는 언제나 대중적인 매력이 있었다.
이번 다섯 번째 앨범은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음악을 들려준다. 최대한 습기를 제거하여 담백한 맛을 내는 사운드, 육감적인 허스키 보이스,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간결한 편곡,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선곡 등이 자연스레 그녀의 지난 넉 장의 앨범을 기억하게 한다. 그 가운데 마이클 프랑스의 곡을 노래한 ‘Vivaldi’s Song’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된다. 분명 원곡 이상의 매력이 있는 해석이다. 한편 ‘Angel Eyes’, ‘Round Midnight’, ‘Sentimental Journey’같은 스탠더드 곡에서는 진지하게 곡을 응시하고 이를 그녀만의 것으로 바꾸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처럼 가벼움과 진지함, 전통과 현재, 부드러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하기에 이번 앨범은 비로소 그녀가 스타일로부터 자유로이 노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앨범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