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유명 연주자들의 만남은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할 신비로운 화학작용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의 기타 연주자 랄프 타우너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의 만남도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두 연주자의 만남은 가능한 일이면서도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 정서적으로 비슷하면서도 주된 활동 영역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르는 사이 두 연주자가 만나서 음악적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에 많은 감상자들이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된다.
두 연주자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은 파올로 프레주의 연주를 랄프 타우너가 조용히 지원하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파올로 프레주가 랄프 타우너에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파올로 프레주의 이탈리아적 낭만보다 랄프 타우너의 목가적 서정이 더 돋보이니 말이다. 그 가운데 ‘Sacred Place’가 대표적이다.
한편 ‘키아로스쿠로’는 회화에 있어 명암을 대비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랄프 타우너와 파올로 프레주의 명암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연주자의 연주는 명암대비보다는 명도대비에 더 가까운 면을 보인다. 서로를 너무 잘 존중했기 때문일까? 따라서 새로운 무엇을 기대하기 보다는 편안한 조화에 중점을 두고 감상할 때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