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있는 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도 그렇다. 그는 한국 재즈 계에서도 무척이나 낯설고 독특한 인물이다. 그리 크지도 않은 한국 재즈계에서 그는 변방에 위치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프리 재즈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음악 인생이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즈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었다 할 수 있는 25세에 존 콜트레인의 연주에 빠진 후 색소폰을 연주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독학. 약 2개월간 학원에서 색소폰의 기본을 습득한 후 혼자서 부단한 노력 끝에 자신의 소리를 찾았다. 이후 강태환, 박재천 등의 조언을 들으면서 현재의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한다. 연주 활동 또한 색다르다. 일본 오키나와를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그 쪽의 연주자들과 협연하면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그의 이름 ‘오키’는 바로 이 오키나와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찌 보면 괴짜일 수 있는데 그의 음악은 매우 진지하고 정통적이다. 그의 프리 재즈를 두고 정통적이라 함은 재즈의 어법을 답습했다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60년대 프리 재즈가 태동했을 당시의 모습, 비밥의 언어를 지속시키면서 새로운 형식과 소리를 찾으려 했던 그 진지한 자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자유로우면서도 감상자를 배려하고 소통하려 노력한다.
여기에는 앨범의 확실한 주제도 큰 역할을 한다. 앨범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색소폰 연주자는 이 앨범에서 가난한 자의 외침, 분노를 대신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조세희 작가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영감을 얻었다. 1970년대 도시빈민층의 절망적인 삶을 그린 연작 형태의 소설집을 읽고 느낀 점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비롯하여 ‘칼날’, ‘꼽추’, ‘영희마음 옥희마음’ 등은 소설의 제목이거나 그 안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그는 서사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질주, 상승, 폭발의 이미지를 투영한 연주를 펼친다. 이 연주는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들의 우발적 나열에 집중하는 여타의 프리 재즈-이러한 연주 또한 독자적인 방식과 감상법이 있기는 하지만-와는 다른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앨범이 많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재즈에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김오키의 등장이 무척이나 반갑고 그 이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