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o Negro – Henri Texier Nord-Sud Quintet (Label Bleu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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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이자 프랑스를 대표했던 라벨 블레이의 몰락은 그만큼 프랑스 재즈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앙리 텍시에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라벨 블레를 통해 리더로서의 역량을 안정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고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라벨 블레의 여러 연주자들이 다른 레이블로 옮기거나 독자적인 앨범 제작 활동을 했던 것과 달리 그는 몇 년간 라벨 블레의 부활을 기다렸다. (물론 그 사이 그의 이전 음악 활동을 정리한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다.) 그 기다림에 맞게 라벨 블레는 아직 물음표를 완전히 떼어내지는 못한 듯하지만 그래도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앨범이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제작자였던 피에르 왈피즈만 빠졌지-그냥 아미앙 문화원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필립 테시에 드 크로의 녹음, 기 르 케렉의 사진까지 이전 앙리 텍시에의 앨범 제작진이 그대로 뭉쳐 앨범을 만든 것이다.

앙리 텍시에는 언제나 앨범 녹음마다 자신의 쿼텟에 이름을 붙인다. 앨범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이름인데 이번 경우 북-남 퀸텟이다. 그리고 앨범 타이틀은 ‘흑인의 노래’ 타이틀이 프랑스어가 아니라 스페인어가 된 것은 ‘Negro’에 대한 의미 때문이다. 앙리 텍시에에 의하면 이 스페인어에는 프랑스어의 ‘Noir 검은’와 ‘Negre 흑인’의 의미를 다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프랑스어의 ‘Noir’는 너무 어두운 느낌이 있고 ‘Negre’는 흑인을 비하하는 느낌이 있어서 스페인어로 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어 타이틀에는 ‘라틴 성향의 노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흑인의 노래’는 어떤 것일까? 앨범 내지에 의하면 그것은 아프리카 흑인의 노래를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은 물론 쿠바, 브라질, 카리브해 지역으로 이주한 흑인들의 노래. 그러니까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거의 모든 흑인의 노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운드는 세계를 유랑한다. 곡 제목에 탕고, 삼바, 나이지리아, 루이지아나 같은 지역적인 상상을 자극하는 단어들이 사용된 것이 이를 말한다. 게다가 오프닝 곡 ‘Anda Companeros 길 위의 동반자’가 후에 다시 변주되며 주제곡의 느낌을 주는 것도 흑인의 발 자취를 따라 북-남으로 유랑하려는 퀸텟의 의도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은 어둡고 황량한 정서가 지배한다. ‘Fangoso 흐린’, ‘Ocre 황토빛’, ‘Sad’, ‘Dark’, ‘Brume 안개같은’ , ‘Calor 뜨거운’, ‘Sombre 어두운’ 같은 단어들이 곡 제목을 꾸미고 있음을 보라!

한편 이전까지 앙리 텍시에의 음악은 관악기가 중심이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그의 아들 세바스티안 텍시에의 존재감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세바스티안 텍시에와 프란체스코 베아르자티의 2관 편성을 뚫고 마뉘 코지아의 기타가 훨씬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앙리 텍시에 만의 질감은 이전 앨범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애초에 앙리 텍시에의 음악은 노마드적 정서를 기초로 하고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 익숙함을 진부함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행 방식은 비슷하지만 펼쳐지는 풍경은 다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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