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에는 많은 재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 가운데에는 잭 케루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가 덱스터 고든과 와델 그레이가 함께 한 앨범 <The Hunt>를 듣고 열광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앨범을 들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그래서 <The Hunt>를 들으려 했다. 그런데 이 앨범은 CD로 발매되지 않았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The Hunt>에 담긴 1947년 7월 6일 LA 엘크스(Elks) 클럽 공연이 여기 저기 흩어진 같은 날의 다른 연주와 함께 3장의 CD에 정리되어 <Bopland>로 발매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밴드의 주인은 트럼펫 연주자 하워드 맥기였다. 그리고 그 밴드에는 와델 그레이, 소니 크리스 등이 속해 있었고 덱스터 고든은 게스트였다. 이 날의 공연에서 덱스터 고든과 와델 그레이는 굉장한 배틀을 보여준다. 그것은 6일 뒤에 있을 유명한 배틀 <The Chase>의 전초적 격이라 할만하다. 이 공연을 계기로 6일 뒤의 녹음을 계획했던 것인지도…그럼에도 <Bopland>가 덱스터 고든의 이름으로만 발매된 것은 몇 곡에서 와델 그레이가 빠지거나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인 듯 싶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나는 덱스터 고든의 청춘 시절을 경험하는 것 같아 새로웠다. 유명한 <Go!>같은 앨범들은 30대 후반에 녹음한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30대부터 그의 연주는 나이를 넘어서는 중후함을 지니고 있어서 언제나 나는 그를 나이든 노신사의 이미지, 영화 <Round Midnight>에서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 앨범이 깼다.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가 좋아서 날뛸 정도로 덱스터 고든 역시 파리한 젊음으로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오늘의 순간에 집중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